이상적인 노년의 모습을 다룬 책들,“너무 늦은 때란 없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노년의 아름다운 도전들

100세 때 세계적인 화가가 된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가 92세 때 낸 자서전에 실린 작품.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된 모지스 할머니의 자서전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90세에 버킷리스트 당당히 실천하는 외할머니 소개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원로 여성학자 박혜란의 '나답게 늙기' 실천 과정 담아

노인은 사회의 어른이다. 바꿔 말하면 인생의 조언자이고 앞서 걸어간 선배이면서 롤모델이기도 하다.

2015년 개봉한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인턴'은 이러한 노인의 모습을 담아내 지금까지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다만 극중 멘토였던 벤 역시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재취업을 선택한다. 젊은이들에게는 멘토였지만 노인세계에서는 신출내기였던 것. 노인 진입을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한 젊은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100세시대란 말이 등장했듯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후가 중요해졌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장수하는 현재 노인들에게는 마땅한 멘토가 없다.
노년의 삶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이에 대한 답이 되어 줄 수필이 출간돼 최근 서점가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인생을 너무 대충 산 것 같아 고민이라며 남은 인생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70대가 있는가 하면, 76세에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 80세에 개인전을 연 할머니도 있다. 생전 고향을 벗어나본 적 없는 아흔 살의 노인이 홀로 도쿄 여행에 나선 경우도 있다. 노년의 롤모델이 돼줄 이야기를 모았다.

◇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모지스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미국의 국민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평생 농장을 돌보고 버터와 감자칩을 만들어 팔며 살았던 그녀는 관절염 때문에 소일거리 삼아 놓던 자수가 어려워지자 바늘 대신 붓을 들었다.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그녀의 나이 76세 때의 일이다. 80세가 되던 해에 모지스는 개인전을 열었으며, 100세에는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 받았다. 모지스의 그림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카드가 1억여 장이나 판매됐을 정도다.

그가 92세에 출간한 이 자서전은 그의 인생과 함께 대표작 67점을 엮었다. 책 속에 그려진 그녀의 삶은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그저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변하는 계절에 순응하며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소박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림에도 산업화와 도시화로 미국인들이 잃어가기 시작했던 대자연과 고향·마을·이웃·공동체 같은 것들이 담겨 있을 뿐이다.

계절에 순응하고 일상에서 기쁨들을 찾아나섰던 모지스의 적극적인 태도는 나이, 건강 등 여러 이유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들에게 큰 용기를 선사한다.

◇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많은 열성팬을 가진 소설 '카모메 식당'을 쓴 작가 무레 요코는 1900년생 외할머니 모모요의 삶을 기록한 책을 올해 초 국내에 선보인다.

외손녀인 무레 요코의 눈에 비친 할머니 모모요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할 일을 끝낸 뒤, 다시 개인으로 돌아가 25년 간 자신의 일에 매진했던 자존감 있는 여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졸지에 일을 잃은 후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것을 답답해하던 모모요 할머니는 홀로 도쿄 여행을 감행한다.

책은 아흔 살의 할머니가 홀로 도쿄 여행을 떠나며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호텔에서 혼자 자기', '동물원에 가서 판다 보기', '도쿄 돔 견학가기',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등.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천하면서 모모요 할머니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매순간 부딪힌다.
그러나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대신 '현재의 삶'에 충실한 태도로 편견을 극복해 나간다.

◇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여성학자 박혜란(72)은 예순 즈음의 일상 이야기를 모아 2010년 출간했던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를 새로 편집해 내놓았다. 그간 칼럼과 저서를 통해 한국에서 여성으로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온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누구나 '나답게 늙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답게 늙는다는 것은 곧 취향을 갖는 일이고, 혼자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항상 남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외로움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된다. 비단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뿐만 아니다.

"아이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엄마답게 살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나답게 살았던 것뿐이었다."(9쪽)

엄마나 할머니의 이름에 얽매이기보다 '온전한 나'를 찾았던 박혜란의 '나답게 늙기'라는 목표는 인생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지표가 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