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의 백미 (白眉) 죄와 벌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두 노파를 살해한 페테르부르크의 한 대학생을 그린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은 러시아 문학과 문화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과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죄와 벌’은 지금도 창작과 철학적 탐구의 원천이 되고 있다.

1865년 상인의 아들로 분리파 교도인 게라심 치스토프는 여주인 집을 털기 위해 그녀의 세탁부와 요리사 노파 두 명을 살해해 기소됐다. 아파트에는 온통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철제 상자에 들어 있던 황금 보석들이 도난당했다. 희생자들은 똑같이 도끼로 살해됐다.

많은 비평가들은 실제 범죄 기록에서 가져온 바로 이야기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토대를 이룬다고 평가한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는 도스토옙스키가 세계사 한 시대 전체의 이미지를 ‘죄와 벌’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죄와 벌’은 연극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죄와 벌’ 을 각색한 연극들이 전 유럽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장 중요한 연극 가운데 하나는 1888년 프랑스 파리 ‘오데온’ 극장에서 상연된 폴 지니스티(Paul Ginisty)의 작품이었다.

‘죄와 벌’은 영화로도 수 십 차례 각색됐다. ‘죄와 벌’을 각색한 최초의 영화는 이미 1909년 러시아 제국에서 만들어졌다. 가장 성공적인 영화는 소련 영화감독 레프 쿨리자노프의 작품(1969년)이었다.
2016년 모스크바에서는 뮤지컬 ‘죄와 벌’이 상연됐고, 런던에서는 ‘죄와 벌’이 록뮤지컬로 재해석됐다.

유형에서 잉태된 소설

도스토옙스키는 비평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비사리온 벨린스키의 금지된 편지를 유포한 죄로 4년간(1850-54년) 시베리아 유형을 살았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시기의 끔찍한 상황을 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묘사했다. 이 시기는 작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도스토옙스키는 만연하는 빈곤과 창궐하는 범죄, 알코올 중독 등 당대의 ‘질병’을 뼈저리게 느끼고 이것을 작품 속에 생생하게 담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작가는 오랫동안 구상해 온 작품에 착수하려고 할 때마다 뭔가에 방해를 받았다. 도스토옙스키는 끊임없이 재정난에 시달린 나머지 몇 푼이라도 벌려고 유상계약 기간까지 서둘러 작품들을 써야만 했다.

마침내 1865년 작가는 당시 영향력 있던 문학잡지 ‘러시아 통보’의 편집자 미하일 캇코프에게 ‘어느 범죄에 관한 심리 보고서’라는 짧막한 단편소설을 발표해달라고 부탁했다.

단편소설은 조용히 장편소설로 발전했다. 도스토옙스키는 다른 모든 문학활동을 접고 1868년 내내 이 소설만 집필했는데, ‘죄와 벌’의 새로운 장들이 ‘러시아 통보’에 서서히 발표됐다. 작가 자신의 고백에 따르면, 도스토옙스키는 ‘유형수처럼’ 갇혀 집 밖으로 절대 나가지도 않고 사람들 사이에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집필 작업에 매달렸다. ‘죄와 벌’은 1866년 출판 당시 러시아 문단에서 가장 많이 논란이 된 작품이다.

줄거리

19세기 러시아의 뻬쩨부르그 라는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끔찍한 도끼 살인사건 이 발생한다. 그 도시에는 라스콜리니코프 라는 23세의 젊은 청년이 살고 있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대학을 휴학한 상태에 있는 준수한 청년이었다. 다만 유난히 가난했기에 그는 마치 관을 연상 케 하는 작은 다락방을 하나 세를 얻어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자기 스스로도 확신하고 분석하기 힘든 그 시기의 복잡하고도 난해한 사상(思想) 에 심취하여 고리대금을 하는 노파와 그 현장에 영문도 모르고 불쑥 뛰어든 유일한 목격자인 그 노파의 여동생까지 도끼로 머리를 찍어 살해를 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이상한 사상의 영향으로 졸지에 살인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살인 후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안과 정신적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살해하기 전에는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죄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훔쳤던 돈과 보석을 확인도 하지 않고 땅속에 숨기고서 돌로 그것을 은폐시키게 된다. 다행히 구체적인 목격자와 물적 증거가 없어 완전범죄로 이어졌으나 이상하게도 그 청년은 계속 예상치 않았던 불안과 정신적 고통 때문에 괴로워하게 된다. 그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동은 이 사건을 맡은 뽀르피리 라는 노련한 형사로부터 예리하면서도 끈질긴 유도신문을 받게 된다. 동시에 그 청년은 돈으로 자신의 여동생을 가지려는 루진과 욕정의 화신 스비드가일로프 라는 비열한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그 외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들로 인해 그는 거의 병적인 실신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에 그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일어난다. 바로 그가 술집에서 알게 된 마르멜라도프 라는 술주정뱅이의 딸 쏘냐 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쏘냐 라는 여인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폐병환자인 어머니 그리고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선택의 여지없이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천한 매춘부 였다. 이러한 만남은 바로 살인자와 매춘부의 만남이었다. 라스콜리니코프 라는 청년은 이 쏘냐 의 방에 두 번 방문을 하게된다. 첫 번째 방문에서 살인자는 매춘부에게 요한복음 11장의 나사로의 부활사건 을 읽어달라고 요청을 하고 매춘부는 살인자에게 그 성경 말씀을 읽어 준다.

그때 살인자는 매춘부의 다리 밑에 무릎을 꿇고서 “나는 이세상의 모든 고통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방문에서 살인자는 매춘부에게 자신의 살인범죄를 고백하게 되고 이때는 반대로 매춘부가 살인자의 무릎 아래 꿇어앉아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라는 말을 남기며 자수를 촉구하게 되고 그 살인자의 목에 자신의 십자가 목걸이를 걸어준다.

결국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의 범죄가 확인되기 전에 자수를 하게 되고 시베리아 감옥에서 8년의 유형생활을 하게 된다. 이 청년은 이때까지도 자신의 죄악을 인정하지 않고 다만 견디지 못하고 자수를 택한 나약한 자신을 저주하며 감옥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살인자에게 끝까지 부활과 갱생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매춘부 쏘냐이다. 그녀는 시베리아의 감옥까지 라스코리니코프를 따라가 그에게 정성을 다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해 보인다. 결국 살인자는 감옥에서 성경을 읽고 ‘후회’ 가 아닌 ‘회개’ 에 이르러 새로운 부활과 갱생의 삶을 계획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 기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