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분노조절 장애

요즘 본국뉴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다. 한 사람은 남북관계를 전쟁위기에서 평화시대로 전환시키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이지만, 또 다른 한 사람은 온갖 구설로 집안 망신에 나라 망신까지 시키고 있는 재벌총수 사모님이다.

그녀는 공사장 현장에 나타나 작업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수행기사에게는 입에 담지못할 욕설을 하는 등 갑질을 넘어 정신이상증세까지 보이며 부끄러운 민낯을 온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명희씨의 폭행, 상해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두번이나 기각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더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이씨가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다는 사실과 '분노조절장애' 진단서를 제출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면 고의성이나 의도성이 낮은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제어가 불가능한 질환 때문에 이상행동을 했다고 판단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분노조절 장애란 정식 학술 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를 의미하며 간단하게 말하면 분노와 관련된 감정 조절을 이성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로, 간헐적인 공격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실제 주어진 자극의 정도를 넘어선 파괴행동을 저지른다고 한다.

이명희씨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두 딸이 땅콩회항이나 회의도중 물컵을 던지는 이상행동을 한 가족의 전력(?)때문에 관심을 받은 것 뿐이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한 사례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서 모르는 사람을 무작정 폭행한다든지 이웃과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까지 하는 경우는 이제 주요뉴스 거리도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무한경쟁사회에 내몰려 언제 낙오될 지 모르는 불안감이 쌓여가고, 노인들은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에 분노하다가 홧병까지 얻는다. 특히 한국 국민들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잠재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바로 표출해야 자신이 존재감이 있다고 여기는가 보다.

모두가 스트레스가 쌓여서 화를 내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는 이 현대사회에서도 평온하며 미소를 잃지않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들은 화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화를 조절하여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이 좌절과 실패를 겪은자 만이 수행을 통해 그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