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열정과 아름다움
혼자서 지키며 소망하는 일이 있다. 세상의 숨어있는 사소한 아름다움을 보고 설레어 잠시 걸음을 멈추는, 그 마음을 오래오래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사는 것이다. 매일 아침저녁 기도 안에서 보채고 떼쓰며 또 간절하게 머리와 가슴에 되새긴다. 반고흐의 말처럼 - "I dream my painting and I paint my dream" (나는 나의 그림을 꿈꾸며, 나는 나의 꿈을 그린다)
오랫동안 열심히 혼자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누군가를 만났다.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지만, 나 자신도 명확하지 않은 중간의 서성이는 모습이라 당황스러웠고 또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겹쳐지고 더 이상의 아무것도 핑계 들어 멀어질 수 없을 때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부딪혔다. 자그마한 체구의 처음 만나 나눈 대화 속의 세상보다, 직접 마주친 그녀의 작품 앞에 선 순간 가슴이 철썩하며 파도 소리를 내었다. 벽마다 걸려있는 많은 작품 속에 표현되어있는 수없이 작은 붓 자국 하나하나 바로 그 순간 깨어난 사랑과 가슴 떨려하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져, 숨죽이며 바라본 감동이었다. 이렇게 가슴속 파도가 부딪히는 순간이 얼마 만이었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커다란 높은 문 앞에서 두드리지도 못한 채 서성이며 망설이고 있었는데, 불현듯 다시 작업을 꼭 해야 한다는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되살아나게 해주었다. 그녀의 외로움과 헤매임과 순수함이 더없이 담겨있는, 기다란 세월과 혼자 작업하며 그려낸 작품들은 뜨거운 열정이었고 아름다움이었다. 세상의 무엇이든 자신을 믿고, 오직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켜온 섬세하고 부드러운 그러나 더없이 강한 오랜 시간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은 혼란스러우며 시끄러울 때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때 부딪히면서 불꽃이 튄다. 갑갑한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회의가 찾아온 날들이 무거우면, 멈추어서 한번 풀썩 앉아봐야 새롭게 튕겨 부딪히며 생긴 상처로 빨간 불꽃이 생기는 것이다. 다시금 그녀를 떠올린다. 그림을 그리려 긴 앞치마를 입고 이젤 앞 의자를 똑바로 하고 낡은 물감통을 열고서는, 돌아온 그러나 잊고 있었든 열정과 아름다움을 듬뿍 팔레트 위에 짜놓으면서, 그녀와 내가 서로 지키며 간직하는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