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칼럼] 알고 보니 보이는 키친 캐비넷의 종류
매일 세끼를 위해, 간식, 야식, 출출함 등으로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들락거리는 곳이 키친이다. 그리고 이젠 오픈 키친으로 소셜의 기능이 높아졌고 요리하고 정리하는 일도 주부만의 몫이 아니어서 가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간이 되었다.
디자인 및 공사 계약이 이루어지면 가장 첫 단계로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위한 질문지에서 키친 디자인에 대한 내용이 절반이 넘는다. 흥미로운 것은 가족, 특히 남편의 키친 사용의 빈도가 계속 높아지는 추세이다. 그래서인지 인체공학을 고려하는 브랜드에서는 하부장의 높이 옵션이 있어 키가 다른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제안한다.
그런 만큼 모든 리모델링, 신축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곳이 키친인데, 막상 캐비넷의 종류와 차이점, 장단점은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캐비넷은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키친에 들어갈 캐비넷에 대해 알아보고 좀더 흥미롭게 캐비넷을 디자인 해보자. 이 칼럼을 읽고 난 후 우리집 키친 캐비넷은 어떤 타입인지 확인해 보면 좋을 거 같다. 나는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었는지…
먼저, 가장 미국다운 튼튼한 형태인 Framed Cabinet, 말 그대로 프레임이 달린 전통적 구조의 캐비넷이다. Traditional 또는 Farmhouse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매우 잘 어울리는 캐비넷 디자인 이기도 하다. 캐비넷 도어를 열면 사방이 프레임으로 감싸져 있어 캐비넷 도어도 그 프레임에 달린 힌지와 연결되어 있다. 양쪽으로 열리는 문인 경우 가운데 기둥이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어 그릇을 넣고 빼기 불편할때가 있었다면 그것은 Framed Cabinet이다. 장점은 프레임으로 캐비넷 박스를 잡고 있어 다른 형태에 비해 튼튼하다는 것이다. 불편한 점은 프레임이 문턱처럼 올라와 있어 사용시 방해 요소가 된다는 것과 프레임으로 인해 실제 박스 사이즈보다 오프닝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긴 그릇을 대각선으로 프레임을 피해 묘기 부리듯 넣어본 경험이 미국에 살면서 한번쯤은 모두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설치 시간이 좀더 걸리고 향후 제품을 수정하기도 어려운 단점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가격과 튼튼함 때문인지 여전히 가장 대중적인 캐비넷 형태이다.
두 번째는 반대로 Frameless Cabinet이다. 프레임이 없다는 말은 앞이 뚫린 박스에 도어가 달린 형태로 이해하면 될것 같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공간 활용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는 것과 인스톨 또한 간단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가장 익숙한 형태의 캐비넷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Framed Cabinet을 접하기가 어렵다. 유럽의 캐비넷 또한 대부분 Frameless Cabinet을 사용하고 있다. 박스와 캐비넷 도어의 치수 차이가 ⅛"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설치 후 갭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모던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고 도어 디자인에 따라 매우 미니멀한 느낌을 연출할 수도 있다. 다만 Framed Cabinet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설치 시 매우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 벽이 고르지 않거나 구조상의 문제가 있으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Inset Cabinet에 대해 알아보자. 용어에서 느낄 수 있듯 캐비넷 도어가 프레임 안에 들어가 평면처럼 보이는 형태이다. 정면에서 보면 프레임과 도어 사이의 선들만 지나가는 느낌이 된다.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흔하게 볼 수 없고 고가인 제품이다. 캐비넷 장인이 제작하는 경우는 *Linear foot 당 $2,000이 넘지만 완벽함의 매력에 빠지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 캐비넷을 갖고자 하는 소비자는 그 가치를 지불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Inset Cabinet이 커스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에서 나오는 옵션으로 구입할 수도 있으니 그 디자인에 매력을 느낀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
*Linear foot: 면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가 기준이 되어 금액이 결정되는 경우 사용하는 단위이다. 즉 길이 1 foot 당 금액이 정해져 있는 자재들이 가끔 있고 그중에 커스텀 캐비넷 또한 이 단위로 견적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정리해 보았으니 지금 키친으로 달려가 보자. 나는 과연 매일 사용하고 있는, 혹은 불과 몇년 전에 쇼룸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골라 리모델링을 마친 키친 캐비넷이 어떤 구조였는지 알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캐비넷 전문가, 모르고 있었다면 소비자 100% 범주에 들어간다.
데빌 컨스트럭션 대표
디자이너 김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