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황제의 보약, 공진단

공진단(拱辰丹)은 원나라 시절, 위역림이라는 명의가 영종 황제에게 진헌한 일화로 유명한 보약입니다. 위역림은 5대에 걸쳐 유명한 의사 가문 출신으로, 1337년에 선대의 경험방을 녹여내 편찬한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서 공진단을 언급합니다. 중국 문헌 상의 첫 등장은 이 보다 150년 앞선 왕구의 '시재백일선방'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세종 7년(1425년)에 세의득효방의 간행을 통해 공진단을 처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후 '동의보감(東醫寶鑑)'과 '방약합편(方藥合編)' 등에서도 몸이 허약할 때 쓰는 보약으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세의득효방과 동의보감에서는 "체질이 선천적으로 허약하더라도 공진단을 꾸준히 복용하면 원기(元氣)를 튼튼히 하여 신수(腎水)를 오르게 하고 심화(心火)를 내리게 하므로 백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공진단의 근본적인 치료 목표가 ‘수승화강 (水升火降)’, 즉 물을 올리고 불은 내려주는 것임을 명시한 것입니다. 본디 불길은 위로 치솟고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불의 속성을 지닌 심장은 우리 인체의 상부에 위치하고 물의 속성을 지닌 신장은 하부에 위치해서 이 둘 사이의 기운이 순환되는 생리기전이 일어나려면 필연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때문에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이 기전이 잘 일어나지 못해 불은 위에 머물고 물은 아래에 머무르며 수화불교(水火不交) 상태가 되어 여러병리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머리에 열이 올라 두통, 어지럼증, 이명 등이 생기고 가슴팍에 상열감이 있는 반면, 손발은 차고 또 여성분들의 경우 아랫배가 차지기도 하는 증상이 그 예입니다. 이를 현대의학적으로 해석해보면 면역력의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공진단은 면역 질환을 비롯해 중추 신경계 질환, 염증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에 효능이 있고, 간 손상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체내에 생성된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적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전을 억제해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주고, 파생되는 다양한 만성 질환과 대사 장애의 억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그 밖에도 기억력의 증진, 고혈압 및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완화, 생식능력의 증진 등 다양한 증상에 유의미한 치료효과를 가지고 활용되고 있습니다.

공진단은 녹용, 당귀, 산수유, 사향을 가루내어 술을 넣고 쑨 밀가루 풀과 섞어 반죽해서 만듭니다. 고문헌에 따르면 이 반죽을 오동나무 씨앗 정도의 크기(약 1mm)로 만들어 따뜻한 술이나 소금을 넣고 끓인 물과 함께 1회에 70~100알씩 복용하도록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4-5g 정도로 한 알을 빚어 금박을 입힌 것을 하루 분량으로 해서 사탕처럼 녹여먹는 복용법이 일반적입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공복에 따뜻한 물과 함께 반 알 정도만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