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흐르는 강물처럼

늘 조심하며 산다. 사실 무언가를 알게되면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것으로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새로운 변화보다는 지금의 항상 곁에 있는 익숙한 모든 것에 안심한다.

오래전부터 함께 책을 읽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있다. 책을 읽는다는 목적보다 책 속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지혜와 길을 찾아, 조금은 더 행복해지고 현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난다. 읽고 있는 책의 깊은 곳에 숨어있는 - 분명 글쓴이가 진정으로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의미를 찾아, 각자의 인생도 돌아보며 서로 다른 무늬의 결로 살아가는 삶을 나누는 만남이다. 알지 못하는 사이의 세월이 쌓여가면서, 책의 두께만큼 나눈 마음들은 귀한 보물이며 소중한 인연이다. 이제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더 이상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닌, 지나온 세월과 세상의 울퉁불퉁한 길을 받아 들이는 귀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알면 알수록 겸손해지며 머리를 숙이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종이 위의 단순한 활자 앞에 겸손하게 눈을 맞추며 집중하는 순간, 가슴을 열고 한장씩 전해주는 글들을 읽으면서 흐름을 따라 걸어간다. 굳이 말하지는 않지만, 모두의 가슴 속에는 꺼내어서, 쓰고 말하고 싶은 마치 10권이 넘을 자신의 긴 소설을 품고 있지만, 다른 이가 쓴 책을 읽고 위로받으며 차곡차곡 풀어가며 살아간다.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어깨를 나누는 마음으로 더 많이 오래 같이 갈 거라고 믿는다.

어느덧 세상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더 조심하는 염려의 나이가 되어간다. 고집부려 거스르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 안도하며, 오래전에 일어난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은 어차피 그리될 일이라고 편안해하며, 흐르는 강물처럼 선선히 흘러 더없이 넓고 큰 바다로 다다를 것이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