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칼럼] 인테리어의 완성은 OO이다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다. 디자이너마다 각자의 스타일도 다르고 초점을 맞추는 부분도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디자인 컨셉이다. 그래서 컨셉을 잡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비용이 차지하는 부분도 큰 편이다. 특히 레지덴셜 디자인의 경우는 고객의 니즈와 방향성이 매우 중요하므로 그것을 파악해야 하며 내용을 잘 정돈해 공간에 풀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 초반에 많은 집중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한 목적지를 위한 내비게이션일 뿐, 막상 공간에 대한 세부 사항으로 들어가면 구체적으로 할 일이 많아진다.

키친, 배스, 리빙, 다이닝, 패밀리룸, 베드룸, 엔트리 등의 세부 공간과 윈도우, 도어, 바닥재, 페인트 등의 마감재, 가구의 구입까지 결정해야 할 일이 끝도 없이 느껴진다. 그런데 인테리어의 완성이라니 그건 또 무언가?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어떤 영화의 대사처럼 그 모든 과정을 제대로 완성시켜 주는 것이 있다. OO 은 바로 조명이다. 조명은 공간의 마술사 같다.

자연광은 하루종일, 일년내내 움직이고 따라서 그 각도와 밝기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어두움이 내려오면 이제 자연광은 퇴근하고 조명이 그 일을 대신한다. 자연광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향으로 집을 짓는다든지, 창을 크게 낸다든지 등의 작업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조명은 주도권이 나에게 있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이 아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특히 자연광이 퇴근한 후에 말이다. 똑같은 캐비넷을 설치해도 상부장 아래 라인 조명, 유리장 안에 포인트 조명, toekick(한국에선 걸레받이 라고 하는것)을 따라 라인 조명으로 바닥을 향하는 빛을 만들어 내는등의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때와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밤중에 물 한잔을 마시러 주방에 나와 불을 켜 본 적이 있는가? 잠이 깰까 조심스레 어두움에 잠입했다가 발끝에 닿은 무언가에 놀라 불을 환히 켠 것보다 잠이 더 깬적은 없었는가? 은은히 보일듯 말듯 공간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낮에는 전혀 느낄수 없었던 묘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공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플로어 램프 등 이동 가능한 다양한 조명기구로도 표현할 방법이 매우 많다.

조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도 스치듯 조명의 가치를 느껴본 적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인테리어를 완성시키는 마지막을 고려해 디자인 초반부터 신중하게 계획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광이 퇴근한 시간에 집이라는 공간에 출근하는 삶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되게 보낸 하루를 보상받는 시간일 수도 있고, 하루종일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지내다 다들 잠든 시간, 나만의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그 공간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배려일수도 있고, 간만에 친구들과 모여 불금을 즐기는 소중함에 대한 준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구를 고를때 알아야 하는 빛 색상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익숙한 용어인 백열등과 형광등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것 같다. 백열등은 따뜻한 색, 형광등은 차가운 색으로 알고 있듯 전구에는 색상을 표시하는 기준이 있다. Kelvin Number가 그것인데 우리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되는 숫자는 Kelvin 2000부터 6500까지 정도이다. 숫자가 낮을수록 따뜻하고 높을수록 차가운 색이다. 3000이 넘어가면 쿨톤으로 분류된다. 조명 스토어나 홈디포 조명 구간에서도 전구의 색상 샘플을 찾아볼 수 있다. 용도에 맞는 색상, 조도를 잘 결정하여 OO으로 멋진 인테리어를 완성해 보길 바란다.

데빌 컨스트럭션 대표
디자이너 김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