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다채로운 일곱 감정과 한의학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정서반응을 노여움(노怒), 기쁨(희喜), 반추적 사고와 불안(사思), 슬픔(비悲), 근심과 우울(우憂), 두려움(공恐), 놀람(경驚)의 일곱가지로 분류하는데, 이를 칠정(七情)이라 부릅니다. 칠정은 기(氣)의 흐름에 영향을 끼쳐 특정 증상 및 병증을 유발하는 원인 또는 악화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병증을 치료하는데 활용이 되기도 합니다.

노여움은 욕망이 달성되지 못하고 억압되었다 충동적 흥분으로 발하는 정서로, 기의 흐름을 위로 솟구치게 합니다. 두면부를 비롯한 인체 상부에 기가 몰리므로 지끈거리는 팽만감을 동반한 두통과 이명 등이 생길 수 있고, 얼굴이 잘 붉어지며 가슴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기쁜 감정은 쾌활하고 명랑한 정신활동을 유발해 기의 흐름을 완만하고 유해지도록 하므로 대체로 유익한 작용을 하지만, 그 고양감이 과해지면 역시 병리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생각으로 인한 불안감은 기가 엉키고 응어리져 맺히게 하는데, 지속된다면 개인의 성향에 따라 폭발해서 노여움이 되거나 침정되어 두려움 및 우울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슬픔은 진취성이 없이 가라앉는 성질을 가져 기가 소멸되게 하고, 근심 및 우울감은 기가 쌓이고 막혀서 흐르지 못하도록 합니다. 두려움은 마치 물이 아래로 떨어지듯이 기가 아래로 가라앉으며, 공포감이 극심할 때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는 형상과도 같습니다. 놀람은 기를 어지러이 흩어 불안정하게 하는데, 흉격에 기가 뭉쳐 딸꾹질을 할 때 깜짝 놀래켜 기가 흩어지도록 활용하기도 합니다.

2015년에는 칠정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핵심감정평가척도가 개발 및 연구되어지기도 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기쁨'은 다른 여섯가지 감정과 부적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 즉 반비례 관계를 나타냅니다. '웃음치료'는 이러한 관계성을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법입 니다. 또한 '반추적 사고 - 슬픔', '슬픔 - 근심·우울', '두려움- 놀람' 간에는 서로 비례하는 강한 정적 상관관계(positive correlation)가 확인됩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각자가 겪는 정신·심리적 반응이 이토록 다양한 기전으로 나타날 뿐더러, 칠정은 각기 다른 장부와도 깊이 연관되기 때문에 올바른 진단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진료가 필요합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