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그리움
그립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시간 혹은 사물을 보고 싶거나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그렇게 2년 넘도록 가지 못한 서울을, 억지로 막아놓았다는 이유로 더 많이 그리웠고 꼭 가야만 한다는 이상한 욕심으로 혼자 떠났다. 사실 몇 번을 연기하고 벌금까지 낸 비행기표와 호텔을 핑계 삼아, 말리는 식구들을 모르는 척하고서는, 서둘러 가방을 챙겨 떠난 것이다. 도착한 비행기 안에서, 해가 지는 인천공항의 활주로에서 바라본 노을은 더없이 붉었고 왠지 모르는 설렘에 가슴도 마음도 흔들렸다.
강남의 작은 호텔에 들어서자 벌써 깜깜해져 있었고, 이곳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용기로 혼자 당당하게 불고기 백반에 맥주 하나를 시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불과 하루 전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의 또 다른 나를 생각하며 웃고 또 웃었다. 그렇게 시작한 서울에서, 제일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자마자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음식들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서, 마음껏 즐길 준비를 하고 들떠있었다. 동대문 시장으로 시작한 여정은 3일째 되는 날부터 이상하게 온몸이 움직이지 못하게 아프기 시작하였고 또 높은 열로 인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 오해할만한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심한 몸살과 과로와 시차로 인한 병이라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경고와 정말 한 꾸러미의 약을 처방받아, 드디어 호텔 방에서 아프기 시작했다. 함께 20일 동안 놀아 주기로 한 친구는 종류도 다양한 죽을 들고 나타나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였고, 어쩔 수 없이 모든 계획은 다 사라져버렸다. 죽과 물만 먹으며 일주일을 넘겨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배달하여 먹은 막국수는 독이 되었고, 결국 그날 밤 119를 불러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이상한 사건도 생겼다. 병원에서는 의료보험이 없는 외국인이 되었고, 그렇게 아픈 통증은 한밤의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2시간 동안 사라졌고, 배시시 멀쩡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괜찮다고 하고선 택시를 타고 유유히 호텔로 돌아왔다.
무조건 일정을 앞당겨 살고있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아픈 것도 다 사라질 것 같아 서둘러 떠났고,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고 잘 지낸다. 그러나 살던 곳을 떠나 먼 곳에 살고있는, 가슴 밑바닥 아래 숨겨놓은 그리움 ? 보고 싶다는 간절함은 돌아가 살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 잘 알고 있다. 다시금 건강이 좋아지고 일상으로 돌아와 2023년의 새 달력을 펼치면서, 막연한 한가득의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또 서두른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