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술

크리스마스에서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요즘, 술을 마실 일이 잦곤 합니다. 술은 한국인의 소울주(soul酒)인 소주부터 막걸리, 맥주, 와인, 위스키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만, 한의학적인 약초 성미 분류법에 따라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 속에서 어떠한 작용을 일으키는가에 따라 나뉘는 ‘찬성질’과 ‘더운 성질’이 그것입니다.

각종 증류주, 맥주를 제외한 곡주, 레드와인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술은 더운 성질을 지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열(熱)한 성질은 신진대사를 더욱 활발히 해주고 기혈의 흐름이 위로 향하도록 해줍니다. 예로부터 이러한 술의 성질을 활용해 약재를 백주(?酒)에 씻거나 볶아서 약기운이 온몸에 잘 퍼지도록 하거나 두면·흉부 등의 상체로 잘 올라가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술들은 가볍게 한 두잔 정도 마셔주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음을 하거나 몸에 열이 많은 양인(陽?) 체질이 적정량 이상 마시면, 과도한 열로 인해 진액이 많이 소모되어 극심한 피로감이나 두통을 느낄 수 있고, 또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반면 맥주는 찬 술로 분류되는데,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가 찬 성질을 지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몸이 찬 음인(陰?)이나 종종 아랫배가 차고 장 기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맥주를 많이 마시면 손발이 차가워지며 배탈이 잘 나고 설사를 하기 쉽습니다.

한편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속이 미식거리는 등의 숙취 증상은 ‘담음(痰飮)’으로 설명됩니다. 담음은 인체의 수액대사 중에 생기는 병리적인 산물을 뜻하는데, 열가지 병중에 아홉가지는 담음이 원인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많은 질환과 증상을 포함하는 증후군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섭취된 알코올은 간으로 운반되어 아세트알데 히드로 분해된 후 다시 무독성의 아세트산으로 대사가 되는데, 그 두 번째 단계가 원활히 일어나지 못해서 체내에 남은 아세트알데히드가 유발하는 일련의 숙취 증상들을 ‘담음’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담음을 제거하는 계열의 약들이 뛰어난 숙취해소 효과를 가집니다. 단일 약재로는 지구자(헛개나무 열매)나 갈근(칡 뿌리) 등이 좋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여러분 모두 소중한 사람들과 숙취없는 연말연시 보내시고 건강하고 형통한 계묘년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예일한의원 이윤선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