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그 입 좀 다물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옛말처럼 입으로 밷는 말 한마디가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에서 부터 친구사이, 직장, 단체, 국가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분란과 논쟁으로 발전되는 사례를 주위에서 흔하게 본다. 특히 말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 말의 파급력은 더욱 커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원 몇 십명 되지않는 노인회에서 회원 한 명이 모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면 임원들간에 회의와 절충을 통해서 해결이 된다. 하지만 선출된 회장이 자꾸 회원들을 이간시키거나 다른 단체들과 갈등을 일으키면 그 조직이 와해되기도 한다.

작은 단체라면 말로 야기된 갈등은 수습하는 것도 간단하지만, 대기업 총수나 한 나라의 지도자면 얘기가 달라진다. 쓸데없이 경쟁기업을 폄하하는 말을 언론에 흘리거나 다른 나라나 상대국 정상을 지칭하여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경우,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조직원이나 국민이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다. 역사에서 보더라도 왕이나 실권자의 말 한마디로 전쟁이 일어난 경우도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위치가 오를수록 더욱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예전에는 대기업 회장이나 국회위원, 대통령이 무슨 말실수를 하더라도 언론에서 적당히 완화시켜 표현하거나 삭제하여 보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언론매체의 환경이 바뀌고 디지털화 된 장비가 등장하면서, 실시간 영상으로 수 십만명이 동시에 그 실수를 알아채 버린다. 문제가 된 영상이나 녹취록이 SNS를 타고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더구나 정파나 이해관계가 다른 매체나 유튜버가 개입되면 실수한 부분만 편집하여 확대시키기에 충분한 환경이 되었다. 몰래찍은 음란동영상처럼 온라인을 떠돌아다니면서 그 출처를 알기도 삭제시키기도 불가능해져 버린다.

통화목적으로만 이용되던 휴대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면서 사회생활이 너무 편리해졌다. 카메라 없이도 고화질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녹음기 없이도 대화나 통화내용을 녹음할 수 있다.그래서 1인 미디어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TV나 신문을 보지 않아도 세상돌아가는 것을 폰으로 확인하는 시대다. 이는 누가 말실수를 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할 때 증거물이 될 취재도구를 누구나 다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항상 말조심 행동조심을 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자신이 생각할 때 내 말의 영향력이 크다고 여길 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차라리 그 입을 다물어라.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