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보면서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판결을 문제 삼아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복조치를 발표하면서 한일관계에 격랑이 일고 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유무역 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미국이 관세를 올려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것이기에 주변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눈에는 눈'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한국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단순한 소비재뿐만 아니라 일본여행도 가지 말자는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임진왜란으로 부터 일제강점기, 위안부와 강제징용, 독도 영유권문제 등 오랜 역사속에 잠재해 있던 한국민들의 반일감정이 이번 기회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가 예고하고 있는 추가 규제가 시작되면 불매운동은 지금보다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그동안 정치적으로나 이념논리로 양분되어온 국민들이 하나가 되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만 다소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나 스스로 일본 제품 쓰지 않고 가지 않겠다' 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소비해선 안 된다'로 확대되면 불매운동의 힘은 되레 약화될 수 있다. 불매운동에 대한 강요는 반발을 부르고 이는 또다른 내부분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억지논리와 수출규제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면서도 양국 국민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간 무역규모나 관광사업만 보더라도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서로에게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감정적인 대응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감정이 앞서면 명분과 실리를 잃기 십상이다. 언론도 이를 부추기기 전에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역량을 보여줄 때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