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한 여름날의 두 무덤 이야기

최근 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박충구 교수(전, 감신대 윤리학)의 칼럼이 화제다. "정직할 수 없는 일본인" 이란 글에서 그는 15년전 미국서 경험한 일화를 소개하는데… 미 동부지역 한 퀘이커 공동체를 방문한 그는 어느 일본인 부부를 만났다. 늘 예의바르고 상냥한 그들이었지만 미국인들 앞에서 전한 그들의 일본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는데, 통상 자기 나라 역사에도 약점을 지닌 미국인들 앞에서 그 일본인 부부는 일본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며, 세계에 유례없는 평화헌법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 소개했다. 심지어 자기들은 미국의 원폭 피해자라는 소위 피해자 코스프레를 아주 자랑스럽게 말이다.

이번엔 박충구 교수 차례… 그는 일본인들의 역사이해는 일종의 "생략의 죄"라 언급하며, 그 자리의 미국인들과 그 일본부부에게 차분히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생략된 부분을 정리해준다. 일본은 2차대전을 시작한 전범국이라는 변할수 없는 사실과 그로인해 원자폭탄이 사용되었음을, 아울러 일본의 무장포기, 전쟁포기, 전쟁행위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평화 헌법은 1947년 당시 연합군 지휘관 맥아더에 의해 강요된 것임을, 다시말해 일본은 결코 평화헌법을 스스로 원한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예 쐐기를 박으려는듯, 박교수는 교토 히가시야마구에서 직접 본 "코무덤"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군사들에게 그들이 죽인 조선인의 코를 베어오라 했고, 잘린 코는 심지어 소금에 절여져 일본으로 보내졌다. 그 코의 수만 18만 5738개, 명나라 사람의 것 3천개를 합쳐 약 20만개의 남의 나라 사람 코를 잘라다 자랑삼아 무덤으로 만들어 놓은 이들의 마음이란 어떤것인지… 이를 보는 그 후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런지… 한편, 박교수의 코무덤 이야기 덕에 떠오르게 된 또다른 무덤이 있다. 서울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조선시대 양화진 나루터에 자리한 이 곳엔 구한말 한국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드린 언론, 교육, 종교계 외국인사 500여명의 유해가 뉘어져 있다. 최초의 선교사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언론인 어니스트 베델 등과 함께 그들의 아내와 한살이 채 안된 아기의 주검까지…

모든 공동체는 앞서간 이들의 죽음과 무덤위에 세워진다.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스토리는 그렇게 무덤이 간직한 증언이 되어진다. 코무덤과 양화진…, 무더위를 날려줄 여름날의 호러무비마냥 두 무덤가를 되새기다 생략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인들 마냥 우리 믿음의 사람들 역시 뭔가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고민해 본다. 오늘의 한국교회, 미국내 한인교회는 지금 어느쪽 무덤위에 서있을까? 남의 코를 베어간 그들마냥 능가하는 힘과 규모를 자랑하는지? 아니면 하늘나라를 위해 이땅에 심기워진 작은 씨앗이 되려는지? 오래전 믿음의 선조들이 죽기까지 붙잡았던 복음은 무엇인지? 400여개 차명계좌를 지닌 교회, 800억 비자금 마련과 세습을 위해 교계를 흔드는 교회, 그외 교회안의 각종 분쟁, 다툼, 분리의 소식이 전해져 올 때면 혹시 일본인들의 그것처럼,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잊거나 생략해 버린 스토리는 없는지? 단지 교회를 비판하자는게 아니라 다시 재건해야 할 오늘 이라는데 동의한다면, 앞선 두 무덤 가운데 우리가 선택할 역사, 하나님 나라의 복된 이야기는 우리땅에 남겨진 바로 그곳 양화진에 있음을 되새겨 본다. 소중한 가르침에 더해 여름 날을 시원케 해 줄 무덤이야기는 덤으로 누리게될 보너스 라는 마음과 함께…

이재근 목사 (iChurch of 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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