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한 놈만 팬다?

한국영화 가운데 '주유소 습격사건(1999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 유오성(무대포 역)은 "나는 한놈만 팬다"라고 말한다. 패싸움 상황에서 유오성은 한 사람만 정해놓고 죽어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싸움판에서 이런 그의 성향이 알려지자 모두들 그를 멀리하고 경계한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가리키는 말로 정치권에서도 한 야당대표가 자랑스럽게 이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요즘 한국언론을 보면 모두 '한 놈'만 패고 있는 듯 보인다. 과거 어떤 대통령이나 유명연예인들의 기사보다도 많은 수 만건의 관련기사가 두 달동안에 쏟아져 나오고, 온 국민이 양분되어 그를 옹호하거나 비판하고 있다. 심각한 상태의 돼지열병소식과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남북문제도 그 '한 놈'기사에 묻혀버린다.

본국 국민들은 물론 해외교민들까지 두 패로 가르게 된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사태가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우리는 이 사건을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강남좌파'로 불리며 '금수저'로 살아온 한 서울대교수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어 검찰을 개혁하라는 대통령의 특수임무를 맡는 것에서 갈등은 시작된다.

그가 임명되자마자 거의 모든 야당의원과 보수언론들은 그와 가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녀가 여러 특혜를 받았고, 돈을 이상한 곳에 투자하여 거액을 벌었으며, 부인은 문서를 위조한 파렴치범으로 몰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은 수 십명의 검사들을 동원하여 먼지를 털었고, 수사상황을 언론에 흘리며 그 확인되지않은 의혹들은 곧바로 신문이나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사회 각 분야, 즉 직업군에 따라 세상을 보는 각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다소 지나친 표현이겠지만.. 식당의 웨이츄레스는 팁을 많이주는 손님과 적게주는 손님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목사들은 예수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만 구분한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정권을 잡기위해서는 그 어떤 거짓말도 할 수 있는 사람들로, 특히 국회의원의 최대관심은 지역구 주민이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느냐 못받느냐에 있다.

언론사 기자들은 특종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준비가 된 사람들로, 다른 언론사보다 1시간 먼저 내보내면서 '단독보도' 혹은 '속보'라고 치장을 한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전문지식과 취재능력도 없으면서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독자들을 우롱하기까지 한다. 검찰은 어떤가? 수 십년간을 특권의식에 젖어있는 방대한 조직으로 본인들의 판단만이 옳다고 여기는 오만한 검사들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자신들을 개혁시키겠다고 벼르는 이방인을 가만둘 리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이 짜증나는 '한 놈' 패는 뉴스들을 당분간 계속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루한 법정공방과 여론몰이로 인해 집단 패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과격한 정치인들은 머리까지 깎으며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하고, 시민단체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완장 찬 일부계층의 선동가들로 인해 순박한 국민들만 혼란에 빠져 돼지가 병걸려 죽는줄도 모르고 구호를 외쳐대고 있으니 조국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은 본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