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희망

꺽인 나뭇가지는 반드시 또 다른 방향으로 자라난다.

알지 못하는 이상한 병에 대한 두려움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잠겨 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 곳에도 나갈 수 없다는 갑갑함과 그리움, 그렇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봄밤에 내리는 세찬 빗소리와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꽃향기가 크게 나무란다. "얘, 니가 할 수없는 일에 너무 매달리지 마. 세상은 힘들겠지만 지나가며 또 살아남는 것이란다."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비발디의 사계”를 커다랗게 켜고 땀에 절은 잠옷을 벗고선 향기 좋은 샴푸로 머리를 감은 후 제일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어두움을 여는 불을 켜고 맨발로 나선 차가운 밤이지만, 봄은 벌써 와있었고 여러꽃들은 화려하게 피어 자태와 향기로 유혹하며 자신들을 바라봐 달란다. 비에 젖은 나무들의 파릇한 새싹들은 보석같이 영롱하게 반짝이며 아름다웠다. 문득 작년 겨울 강한 바람에 부러진 나무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꺽인 나뭇가지는 새로운 잎으로 강한 생명력을 지닌 체 다시금 씩씩하게 더 잘 자라나고 있었다. 삶이란 이런 것일거다. 어쩔 수 없이 잠시 방향을 바꾸어야할 때도 있지만, 이런 날을 위해 남겨둔 힘으로 버텨야 하고 또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을 한때의 추억과 경험으로 이야기할 날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정신이 번쩍든다. 지금은 알수 없는 이상한 병의 회호리 바람에 삶이 휩쓸리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일들이 여전히 모두와 함께 하는지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부러져 꺽인 나무도 다시 방향을 바꾸어 삶을 시작하듯이, 아름다운 음악과 향기 나는 꽃들과 넘쳐나는 좋은 사랑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용기를 얻는다. 마음껏 스스럼없이, 햇빛이 눈부신 바깥으로 나가 진한 커피 한잔 곁에 놓고 책을 읽다 문득 생각난 이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진정 행복이었음을,,, 그리고 간절히 되돌아 가고 싶다.

다시 머지않아 예전처럼 살아갈 거라는 희망을 이야기하며 겸손되이 무릎 굻는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