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함께 성장하며

오랜 시간을 꿈꾸며 이루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다. 작고 모자라지만 계속하다 보면, 분명 꼭 이루게 될 거라 믿었고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하나하나의 끝맺음이 마치 허물을 벗고 세상 밖으로 조금씩 걸음마를 배우고 나아가는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라는 이기주의를 벗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세상을 배워가는 한 개체로서의 성장이라 믿으며, 부끄럽지만 훌훌 껍데기를 벗어버린다.

결혼 후 5년이 되도록 아기가 없어 한참을 기다리고 애태우다 겨우 첫 아기를 갖고서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로 수술대 위에 올랐었다. 몸이 약해 전신마취는 할 수가 없어, 수술의 반은 깨어 있으면서 수술 도중 아기가 나오는 순간과 수술실 안의 웅성거림과 분주함을 다 느끼고 알았다. 갑자기 뭔가 훅하며 나의 몸에서 꺼내지는 느낌과 뿌연 뭔가에 싸인 아기를 본 기억이 난다. 순식간에 몸을 닦으며 처음 나에게 보여질 때의 아기 모습이 얼마나 신비롭고 감동이었는지, 알 수 없는 눈물이 솟아오르며 한참을 흐느꼈다. 의사 선생님이 눈물을 훔쳐주며 이젠 잠을 자도 괜찮으며 수고하였다고 칭찬 해주는 그 순간도 기억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자라나는 순간순간마다 기쁨이며 자랑이고 대견함이었지만, 가끔의 절망과 실망 그리고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책임감도 배우게 되었다. 성장이라는 과정의 아픔을 서로 보고 겪으며, 긴 세월 미움도 사랑도 당연함으로 받아 들이고 함께 신뢰하며 지나온 세월이 대견하고 고맙다.

그렇게 기다리던 글과 그림을 둘 다 하고 싶다는 욕망이 처음 세상밖으로 나온 그 날도, 뿌연 막을 덮은 미숙하고 낯설지만 대견한 마음과 부끄러움에 한참을 울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라며 나아가는 모습이 기쁨이고 자랑이지만 가끔은 모자란 능력에 좌절하고 또 절망하곤 한다.

함께 성장하며, 영원히 사랑하고 정성을 다하며 사랑과 노력으로 키워온 아들이 이제는 기대라며 한쪽 어깨를 내어주듯, 오랫동안 꿈꾸며 욕망하던 글과 그림을 지키며 계속할 거라 다짐한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