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균형

얼마 전 의자 하나를 그리며 적어도 열 번은 더 지우고 고치고 하며 제대로 균형 잡고 서 있기를 바랬다. 실제가 아닌 그림 속 의자 하나가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이 든다는 걸 그때 알아차렸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둥둥 떠가는 걸 보면서, 도대체 난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것일까 또 무엇을 위해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올라온다. 실제 이런 질문들은 근원적이라 결국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하면서 우울감에 젖는다. 혼자 시작하는 많은 생각들을 실제 사람들과의 만남과 공감으로 어쩌면 가볍게 풀어갈 수 있는 것을, 오히려 그안에 파묻히기 시작하면 점점 더 늪에 빠지며 허우적거리게 된다. 생각의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세월로 비슷하게 나이 들어가며 서로의 자리와 공간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생의 친구들을 만났다. 늘 적당한 거리의 마음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각자의 보폭으로 어깨동무하며, 삶의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으로 가고 있다. 모두가 그 결승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어 덤으로 겸손도 알고 있다. 오늘은 바깥으로 나와 맛있는 음식과 더없는 반가움과 정겨운 웃음으로 허물없는 시간을 보내며, 바로 이것이 사는 것이고 또 이런 것들이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되는 것이라 느꼈다. 결국 우리는 타인들과의 접촉 없이는 그리고 함께 공유하는 것 없이는 다 헛마음질이였던 것이다. 관계에도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더는 포장하며 살기에는 나도 세상도 변했다.

무엇으로 붙들고 지키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보다 나의 의지와 깊이로 살아야 할지는, 문득 하늘의 구름을 보며 솟아나는 질문만큼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여전히 길을 헤매고 또 엉뚱한 길 한 가운데에 뜬금없이 있더라도, 반환점을 돌아온 원래 왔던 길을 기억해야 한다. 작은 의자 하나도 제대로 균형 잡으며 서 있으려고 애쓰는데, 난 하나의 사람임을 알고 제대로 가야 하는 것이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