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의 초대, 고요한 위로. 풍경화가 고상미

그림책 일러스트였다 지금은 베이지역에서 풍경화 화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상미(Sammy Koh) 작가를 만나 예술가의 삶을 들어 보았습니다.

1. 간단한 본인 소개
베이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풍경화가 Sammy Koh 입니다. 선화 예고,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 아동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다 12년 전 남편을 따라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왔습니다. 미국에 왔을 당시 아이들은 어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작업을 이어 가기가 어려웠으나 3년 전부터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풍경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것은 1 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닥친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의 꿈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고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풍경화를 그림으로써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2. 어린 시절의 꿈, 기억나는 추억
아버지께서 자연을 좋아하셔서 시골에 작은 집을 하나 장만하여 별장처럼 이용하여,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곳에 가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가에서 다슬기도 잡고, 닭부터 사슴까지 여러 동물과 놀고, 정자에 누워 수박씨도 뱉고 자연과 가까이할 기회를 많이 가졌습니다. 눈 오는 겨울 산행은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풍경화를 그리게 되면서 그때의 추억을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사생대회를 많이 나갔는데 아버지께서 종종 같이 가주셨어요. 어느 날은 추워서 아빠의 점퍼와 모자를 빌려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찍은 사진이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자연 속에서 이젤을 피고 그림을 그리던 그때 이미 화가의 꿈을 가졌었습니다. 풍경화가가 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때의 꿈과 연결됨을 느낍니다.

3. 지금 직업을 갖게 된 계기, 주요 멘토나 에피소드
어려서부터 묘사를 잘했고, 보이는 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한국 입시 교육에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묘사능력이 창의성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고, 세밀함을 버리고 감각적으로 그리고 싶어서 많은 방황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참을 쉬고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는 어떤 표현 방법으로 그릴 것이냐에 대한 고민 없이 편하고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그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 묘사력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좋은 능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썼지만, 지금은 가진 것을 잘살려 나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때인 것 같습니다. 중년에서야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일치함을 이루었지만, 그 중간 과정의 고민이 헛된 것도 아니라는 것 또한 느낍니다.

4. 현재 직업의 힘든 점과 좋은 점
세밀화를 그리다 보니, 긴 시간을 고정된 자세로 있게 됩니다. 그림에 몰두하다 보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잊어버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직업병처럼 어깨통증을 갖게 되어 오랫동안 작가로 활동하려면 건강을 챙겨야겠다 생각합니다. 풍경화는 그림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편하게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장르로, 미술을 잘 모른다고 하시는 분들도 보시고 느낌을 편하게 말할 수 있고 감동하시는 것을 보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작가인 저 또한 소재를 얻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게 되고, 마음의 편안함을 얻고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5. 인생에 중요한 점은?
중년에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며 격려를 해 주십니다. 성공 못 할수도 있다 말씀드리니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벌써 성공한 거라 하십니다.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해보지 않으면 좋아하는지 알 수도 없는 것들도 많고, 그래서 뭔가 계속 시도하며 멈추지 않는 열의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좋아함을 발견할 수도 있고, 찾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변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재능을 발견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6.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거나 힘들었던 순간? 어떻게 극복했는지?
지금 작가로서 살게 된 이 순간이 참 행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하게 된 첫 번째 개인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로 살면서 작품활동을 잠시 쉰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시 그림을 그릴 계기를 갖게 된 것은 작가 활동을 이어가려고 애쓰시는 분들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노력하는 과정을 공유하며 거기서 에너지를 많이 받고, 다시 작가가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는 힘들 때, 좋은 영향력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저의 에너지를 나누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또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7. 여가시간에 하는 취미는? 스트레스 푸는 본인만의 방법은?
일출을 보러 갑니다.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해 뜨기 전 핑크 빛 서쪽 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드는 그 순간은 매번 접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는 시간에 보게 되는 그 일상적이지 않은 빛은 세상의 비밀을 알아낸 것 같은 기쁨을 갖게 합니다. 색의 변화로 인해 현실이 꿈처럼 변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무언가 하나를 바꾸면 정말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딸이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출사를 나갈 때 마다 함께 해주었는데, 딸과 함께한 순간들이어서 자연도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8. 앞으로의 꿈은? 그 꿈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오래도록 그림을 그리며 활동하는 작가로 남는 것이 꿈이겠지요. 그림을 좋아서 그리기도 하지만, 제 그림을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는 평을 듣는 것이 작가로서 제일 큰 보람인 것 같습니다.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제 꿈을 향한 노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미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제 그림을 알리는 기회를 많이 얻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제 그림을 알려 왔는데, 앞으로는 전시를 통해 그림을 직접 선보이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9. 같은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그리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저는 이번에 코로나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그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한된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택하다 보니,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아도 그 상황을 이용한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쁜 상황조차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 풍경을 그리는 작가라고 말을 합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곳에도 아름다운 빛은 항상 존재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두 번 일출과 일몰을 통해 찾아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 빛을 통해 저는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있다 사라지는 이 빛에 매번 아쉬워하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돌아오기에 위안을 얻습니다. 저는 이러한 자연으로 그림을 그려 초대를 합니다. 같은 환경 안에 있어도 바쁜 삶에 치이거나, 주시하지 않으면 자연이 주는 위로와 위안들도 놓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도 그런 것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졌지만 모르는 것들, 누릴 수 있지만 놓치는 것들을 찾아내셔서 보너스 같은 행복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