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Sausalito(소살리토)

작은 버드나무라는 소박한 뜻을 가진 - 잔잔한 바다가 바라보이는 높은 언덕 위 이쁜 집들과 많은 화가와 작가들 그리고 오래된 화랑과 식당들이 아기자기 모여있는 아름다운 동네이다. 태어나 자랐든 그렇지만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고향의 앞바다처럼 푸근해, 마음이 헝클어지는 날에는 위로받고 싶어 한밤중에도 달려간다. 늘 마음 속 평화를 기도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닫는 한계를 마주치거나 그것이 아픔으로 휘몰아쳐 올 때는, 바다를 바라보며 위로를 받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울기도 한다. 담담하고, 주저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나 지금 힘들어" 하며 자신을 열어 놓을 뭔가가 필요하다. "숨기지 마라, 드러내면 강해진다"라고 하지만 모자람과 수치심 그리고 분노를 차마 꺼내어 고백하지 못해, 나만의 비밀 장소를 찾아가 어둠 안에 앉아 온전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깜깜한 아무도 없는 빈 바다 앞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스스로 만든 화를 가라앉힌 후 한 번쯤 크게 소리 내어 울고 나면, 마음속 바다에 단단하게 묶어 두었던 감정의 밧줄을 천천히 풀고서 보낼 준비를 한다. 꽉 쥐고 있는 손을 열고 풀어 놓아버리고, 빈손의 여유를 가지련다.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보내는 것이라 미련 두지 않고 작별을 한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후련해져, 늘 그대로인 나만의 구석 자리로 되돌아간다.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101길 건너편에는 어스름한 불빛의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보인다. 누군가는 한밤중에도 떠나고 또 떠나는 거는 작별하고, 비워진 자리는 새로운 것으로 다가오고 난 또 늘 하던 대로 잘 살고 있다.
평안하고 잔잔해진 바다의 아름다운 동네 Sausalito를, 먼 고향 앞바다에서 변함없이 살고있는 옛친구들이 나를 만나러 오는 날, 다시 그 바다 앞에 서서 고맙다고 그러나 그것은 너와 나 둘만의 비밀이라고 넌지시 일러줄거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