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삶의 골목길에서

골목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화려하고 큰 길이 아니라 작고 구부러지고 울퉁불퉁하지만 익숙한 길이다. 오랫동안 그 동네를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갈 수 없다. 어릴 때 남동생들과 같이 가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든 공중목욕탕이 있는 길을 따라, 골목 오른쪽 길 한가득 꽃들과 화환들을 쌓아둔 집을 지나면, 끝을 넘어 엄마가 오랫동안 혼자 살고 있는 집이 먼 불빛으로 등그러니 기다리고 있었다. 방학이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시내 큰 번화한 곳에서 놀다 시간이 늦으면 택시를 타는 거보다 이 골목을 가로질러 가면 훨씬 더 빠르다는 걸 알고, 깜깜한 밤길이지만 무서워하지 않고 잘도 다녔다. 엄마는 불빛이 환한 큰길로 다니지 않는다고 밤늦은 시간에도 늘 나무라셨다. 세월이 한참을 더 지나, 골목 끝을 지나면 있던 엄마의 집은 없어지고 한밤중의 꾸중 들을 일도 없으며, 더이상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갈 일도 없다. 그래서 다시는 예전의 익숙한 골목 근처를 절대로 가지 않으려 한다. 마치 내가 그 골목을 더는 일부러라도 떠올리지 않으면 예전처럼 그냥 끝길에 혼자 계신 엄마가 그대로 살고있는 거처럼 믿어 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길 위에 우두커니 방향을 잃고 서 있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기대고 싶어 하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받는 상처가 오히려 더 힘들어, 어차피 자신의 몫이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쓴다. 추억도 이름을 바꾸어 일상이라고 하고, 굳이 아픔과 슬픔과 외로움을 헤집어 놓지 않으려 하며 산다. 그렇게 또 다른 어머니날도 지나가고 엄마가 멀리 그냥 그대로 있는 거처럼 시침 뚝 떼며 모른 척 지나갔다.

작고 구부러졌지만, 오랫동안 함께 한 익숙함과 구석진 거 하나하나를 기억하며, 낯설지 않은 따뜻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이 그립다. 이름과 모습과 마음이 딱 하나로 연결되어 - 문득 잊고 있다 떠오르는 오래된 골목길처럼, 나중 다시 어디서 만나더라도 환하게 웃으며 반갑다고 인사하는 사람을 그린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