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연의 그림과 함께하는 수필 - 변화의 시간

우리 곁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의 형상과 본래의 성질이 달라지는 것을 변화라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나름의 특징이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도 있으며 또 새로워지는 것도 있고 사라져 없어지는 것도 있다. 천천히 자신의 의지로 노력하여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강한 커다란 힘으로 갑작스레 변해야만 하는 시간 앞에는, 어쩔 수 없는 저항이 따르고 또 새로운 용기가 필요하다. 늘상 오랫동안 하고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과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익숙한 경험과 습관을 깨뜨려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주저 없이 변하는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몇 달을, 갑작스레 그 어느 때보다 넘치는 시간을 어쩌지 못해 어느 하루는 읽지 않은 채 던져두었던 먼지 쌓인 책들을 다 끝내버릴 듯 눈 아프게 읽었고, 또 어떤 날은 한동안 보지 못했던 밀린 연속극들을 지겹게도 보았다. 그리고 가족을 위한 온갖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뜨거운 불 앞에서 비지땀도 흘렸고 오래된 옷장 속의 부질없이 쌓여있는 옷들을 한심해하며 한가득 쓰레기통 속에 버렸다. 그러면서 작고 의미 없는 것들에 매혹되었다는 후회와 낭비 그리고 예전에 만나야만 했든 사람들과의 관계도 진정 뒤돌아보았다. 더없이 소중하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의 있고 없음은 실제 살아가는 이유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과 결국 그것은 근본적인 행복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렇게 남아있는 가득한 시간을 정리하고 버리고 빚어보며 떠오른 것이 적정한 삶, 나 자신의 존재였다.

살아남아야 하고 또 달라져야 한다면 늦지 않게 서둘러야 한다. 오늘을 이겨내어, 달라진 미래를 위한 굳굳한 자존감과 솔직한 용기와 부끄럼 없는 진실함이 더더욱 필요할 거다. 행복의 척도가 달라진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무엇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며 또 무엇으로 힘을 얻고 위로받으며 적정한 자신을 지키고 살아갈 것인지, 애쓰며 배워가는 중이다.

김해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월간 한국수필 2009년 제178회 신인상 수상